2020-04-20 10:36 (월)
대한항공, 조양호 발목 잡은 '3분의 2룰' 정관 고친다
대한항공, 조양호 발목 잡은 '3분의 2룰' 정관 고친다
  • 이광수 기자
  • 승인 2020.03.06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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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총서 이사 선임 특별 결의를 일반 결의로 변경 추진
대한항공이 주총을 앞두고 경영권 방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대한항공이 주총을 앞두고 경영권 방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대한항공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우선 작년 고() 조양호 회장의 발목을 잡은 '3분의 2' 정관을 손보기로 했다. 상법상 모든 기업의 의결 사항은 정관에 의해 결정한다. 따라서 정관을 철저하게 준비해 두지 않으면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4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 이사 선임 방식을 변경하는 안을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이는 내년 3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현재 정관에서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별결의사항이 문제의 핵심이다. 특별결의사항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대다수 상장 기업이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해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이 같은 정관은 작년 3월 고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당시 조양호 회장은 주총에 상정된 사내이사 선임 의안 표결에서 찬성 64.09%, 반대 35.91%로 사내이사 자격을 상실했다. 절반을 훌쩍 넘었지만, 지분 2.6%가 부족해 주주들의 손에 밀려난 사상 첫 대기업 총수가 된 것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1999년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에서 특별결의사항으로 바꿨다. 이 때는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였기에 국내기업 주가가 폭락하고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해외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성행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처럼 정관을 변경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경영권 강화를 위해 취했던 조치가 조양호 회장의 발목을 잡은 충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한항공 측은 이번 주총에서 아예 정관을 변경해 내년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사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자체도 통과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정관 변경 역시 특별결의사항이기 때문에 이 역시 올해 주총에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대한항공의 대주주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로 보통주 기준 29.96%(우선주 포함 29.62%)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특수 관계인까지 포함하면 33.37%.

작년에 조양호 회장을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여전히 11%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올해 주총에서 정관 변경이 가능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문제는 올해 정기 주총에서 정관 변경이 무산될 경우 내년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위해 또 한 번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보유 지분이 작년 말 기준 11.36%에서 2월 말 기준 11.09%로 지분이 줄었다고 전날 공시했다.

재계에선 창업주가 경영권을 지키려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지만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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