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0 10:36 (월)
온라인 2차 개학 현장 혼란 여전... 312만 명 동시 접속
온라인 2차 개학 현장 혼란 여전... 312만 명 동시 접속
  • 송민섭 기자
  • 승인 2020.04.16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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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콘텐츠 빈약…"엄마가 개학하냐" 학부모 불만도 쏟아져
딴 짓하는 학생들 관리도 문제
원격수업이 본격화하면서 소통 지연과 먹통 등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원격수업이 본격화하면서 소통 지연과 먹통 등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제외한 전국의 초중고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현장 혼란은 여전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예가 접속 시스템 불안정, 콘텐츠 부실 등이었고 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불만을 쏟아냈다.

전국 고등학교 12학년, 중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 총 312만여명이 16일 온라인으로 개학했다.

그러나 최근 며칠 동안 접속이 불안정했던 원격교육 플랫폼은 이날 곳곳에서 접속 지연 현상이 일어났다. 원활하게 접속이 이뤄져도 저학년은 부모가 수업과 과제를 봐줘야 하는 탓에 학부모들은 '학부모 개학'이냐며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고 12학년 904000여명, 12학년 898000여명, 46학년 1323000여명이 원격수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한 학년 아래 학생들이 증감 없이 진급한 것으로 가정해 추산한 수치다.

이들 학년 학생들은 원래 32일이었던 개학이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진 지 45일 만에 새 학년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지난 9일 먼저 온라인 개학한 중3858006명이었다. 이로써 16일 원격수업에 참여한 인원은 총 3985000여명에 달한다.

3이 먼저 온라인 개학한 지난 한 주보다 원격수업 접속 인원이 약 4.6배 많아졌다.

이날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 당국이 제공한 원격수업 플랫폼(학습관리시스템·LMS)'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EBS 온라인클래스'가 접속 오류를 일으킨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상당수 학급의 교사·학생들이 수업을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학생들이 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e학습터 서버 터졌다", "e학습터 안 되니까 선생님이 복구될 때까지 자습하라고 문자 보냈다", "출석 체크도 못 하고 있다" 등의 불평이 오전 내내 잇따랐다.

 

EBS 온라인 클래스도 불만

 

EBS 온라인클래스에서도 EBS 강의 영상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거나 접속이 튕기는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는 교사와 학생이 학습 자료를 주고받는 데 주로 쓰이고, 학생이 EBS 강의를 시청했는지 교사가 체크할 때도 이용된다.

KERIS가 제공하는 학급 커뮤니티 프로그램인 '위두랑'은 오전에 오류가 발생해 KERIS 측에서 아예 프로그램을 닫았다.

학생·교사·학부모들은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가 지난 한 주 내내 접속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느냐"면서 "교육 당국은 이런 문제가 일어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EBS 온라인클래스는 중3이 온라인 개학했던 지난 9, 13, 14일에 12시간씩 접속 오류를 일으킨 바 있다. e학습터 역시 14일에 일부 지역 학생들이 로그인하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그동안 접속 오류 때마다 담당 기관은 "16일 대규모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접속 방식을 바꾸거나 시스템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해왔다.

EBS 측은 지난 14"온라인클래스에 최대 3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고, KERIS 측은 "e학습터에서 최대 500만여명이 '뛰어놀'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접속 문제에 관해 EBS"현재까지 모니터링에서 별다른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KERIS"일부 지역에서 잠깐 접속 지연이 있었지만, 접속 오류는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클래스팅' 등 민간 업체가 만든 원격수업 플랫폼도 이날 접속 지연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차 온라인 개학. 텅빈 교실서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차 온라인 개학. 텅빈 교실서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접속이 원만했던 학급·가정에서는 원격수업의 내용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특히 초등학교 원격수업은 학생의 부모·조부모 등 보호자가 옆에서 학생의 수업 참여를 일일이 봐줘야 하는 탓에 사실상 '부모 개학', '조부모 개학'이라는 말이 나왔다.

보호자까지 원격수업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학생이 출석 체크조차 어려운 문제가 발견됐다. 초등학교 고학년 원격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에 잘 집중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수업을 듣다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우려해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하지 않고 '단방향 콘텐츠·과제 제공형' 수업을 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하루치 과제를 1시간여 만에 끝내고는 게임을 하기도 했다.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아들 원격수업인데 숙제는 내가 해야 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공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학원에 보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일방형 수업에는 수업 부실 계속 지적나와

 

실시간 쌍방향형이 아닌 콘텐츠 활용형, 과제 수행형 방식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교사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영상물을 내려받는 게 고작인 수업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버퍼링 탓에)10분짜리 영상을 보는 데 40분이 걸렸다", 반대로 "7교시 수업을 영상 몰아보기로 두어시간 만에 끝냈다"는 반응이 함께 나왔다.

맞벌이 부모인 “K씨는 온라인 수업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아이가 한시간 반만 하고는 내내 놀았다면서 프로그램이 수업 시간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인가묻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평소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어머니가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 안심되지 않아 수시로 통화를 했다""직장에 있으면서도 발·수신을 합쳐 아이들과 수십통은 통화한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힘들다는 불만이 가득했다.

한 시간 분량이지만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촬영을 마치기까지는 며칠이 걸려요."

16일 광주 북구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 모여앉은 청년 교사 3명은 동영상 제작으로 일과를 보내는 근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교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에 만들어본 적 없는 수업 자료를 '창작'하느라 연일 고군분투 중이다.

이날 교육 당국에 따르면 초··고등학교가 2차 온라인 개학을 한 이날 원격교육 플랫폼의 접속 지연 현상은 전국 곳곳에서 공통으로 발생했다. 하루빨리 정상 수업이 진행되도록 개선되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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