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사의 죽음이 어찌 외면당해야 하나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학교 화장실에서 평일 수업시간 중에 목을 맸다. 경찰은 사인을 자살로 규정했고 사건에서 손을 뗐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경찰이 나서 형사적 업무를 진행할 필요는 없다. 법적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쉽다. 교사의 죽음에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자살할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일반인이 이것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경찰의 빠른 수사종결에 미련이 남는다.
오산세마중학교 수학선생님이자 2학년담임 그리고 학생지도부장을 맡았던 현찬섭 선생은 지금 우리 곁에 없다. 그가 바로 지난 9월17일 학교에서 목을 맨 당사자다. 그런데 그가 왜 목을 맸는지 명확하지 않다.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은 가족만이 그 이유를 캐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교육공무원이기에 사인의 배경에 따라 연금의 지급여부가 결정되기에 가족은 지금 더욱 애가 타고 있다. 유치원 다니는 두 딸을 혼자 키워야 하는 부인은 지금 남편을 잃은 슬픔보다 앞날이 더 캄캄할 지도 모른다.
현 교사의 동생 현장섭씨는 형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한다. 부부, 형제, 친구 그리고 경제적 문제까지 개인적 문제점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형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분명 이유가 있다는 것이 현 씨의 주장이다.
현 씨는 특히 제자들이 눈망울 초롱초롱하게 뜨고 있는 학교에서 생을 마감한 데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혼자 그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은 듯 그는 벌써 지쳐가고 있었다.
현 교사의 죽음을 취재하면서 곳곳에서 ‘모순“(矛盾)과 부딪혔다. 먼저 학교다. 현 선생의 동료교사들은 그가 세상을 떠났는데 스스로 목을 맸다는 것 말고는 알고 있는 것이 없다. 입을 열지 않는다. 정말 몰라서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혹 학교의 허물을 덮을 요량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면 교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 교사의 방법이 옳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동료교사의 자살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 교사는 분명 자신의 죽음으로 뭔가를 말하고 있다.
경찰이 손을 뗀 자살사건. 교육청이 새로운 각도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벌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죽음으로 가슴 깊숙이 담아둔 얘기를 전하려고 한 현 교사의 진실을 확인해야한다. 현 교사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함만이 아니다. 그 진실을 확인하는 것이 곧 올바른 교육방침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사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2010년부터 공문서 감축, 2011년부터 학교조직 효율화 시범학교 등을 추진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수요일 ‘공문없는 날’과 더불어, 604억원의 예산으로 행정실무사 2천 448명을 신규 추가 채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 교사는 이런 행정 밖에서 근무했다. 부인은 그가 휴일 없이 일했다고 했다. 아이들을 처벌하는 것에 괴로워했다고 a말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도교육청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산시는 도교육청에서 40분, 화성오산교육청에서는 10분 거리에 있다. 학교폭력 학적부 기재를 반대하는 도교육청의 지시가 학교현장에서는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제라도 학교운영과 실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길 당부한다. 그 속에 현찬섭 교사의 진짜 사인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김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