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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축산농가 경기도의회 점령 사건의 전말
도 축산농가 경기도의회 점령 사건의 전말
  • 관리자
  • 승인 2013.01.0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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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민주당 소통부재, 오만과 독선이 부른 사건

민간인에 의한 의회 점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지난 26일 이었다. 도내 축산농가 농민들 200여명이 관광버스를 동원해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출입구를 봉쇄하고 의원들의 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원천적인 원인은 무상급식 알레르기에 빠져 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 2010년 무상급식이라는 용어대신 친환경급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무상급식이라고 통칭하고 학교급식을 지원하면 되는 것을 굳이 친환경급식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학교급식을 지원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것이다.

그동안 경기도는 친환경급식을 위해 학교급식예산의 4% 정도를 매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 금액은 매년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예산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물가는 뛰고, 식자재 가격도 대폭 상승했다. G마크를 단 경기미가 2년 사이에 38% 정도 인상된 것을 감안하면 기존 예산으로 친환경급식을 하기란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다보니 학교급식을 둘러싼 논쟁은 교육청과 도청, 예산편성을 심의하는 도의회까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12월 중순에는 친환경 쌀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대거 경기도의회에 찾아와 친환경 재배 쌀값인상을 요구했다.

농민들의 요구에 굴복한 경기도의회 민주당은 학교급식예산 300억원에 친환경급식예산 160억을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한우문제는 철저히 외면됐다. 친환경 경기미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다른 곳의 예산을 줄여야 했다. 그래서 민주당은 친환경급식예산 160억중 학생들에게 연간 0.7Kg 씩 공급되는 한우를 3등급으로 낮추어 공급하기로 하고, 친환경 한우 예산 105억6천만원 전액을 삭감하는 편법을 썼다.

소식을 접한 전국한우연합회 경기도지회장은 크리스마스 당일 부리나케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회원들과 경기도의회 점거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도 축산농가 회원들은 회장의 연락을 받고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의회 민주당의원이 한우공급예산을 삭감하면서 한 말은 “학생들이 한우를 먹으면 비만의 위험에 노출되고 이로 인해 의료비지출까지 해야 한다. 그래서 예산을 삭감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지자 축산농가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제274회 경기도의회 본회의가 열리기 3시간 전, 축산농가 농민들은 속속들이 도의회에 도착해 방청을 신청했다. 그 수가 2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일사분란하게 의회에 도착해 방청석으로 향했다. 이들이 모두 의회에 들어오자 일행 중 누군가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순식간에 농민들은 의회 3층으로 몰려가 도의회 본회의장 출입문을 봉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사태를 짐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11시가 되고 본회의가 시작되자 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즉시 당대표 명의로 지도부를 소집하고 사태해결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축산농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이승철 새누리당, 대표와 신현석 수석부대표, 금종례 수석부대표, 민경원 대변인 등이 모두 당대표실에서 숙고를 거듭했다.

그 시간 도의회 이삼순 부의장은 나름대로 분개를 하고 있었다. 이 부의장은 “애초에 예결소위에 농림수산위 의원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예산을 예결위에서 해당 상임위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삭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화를 내고는 있었지만 뾰족한 해결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오후 12시가 지나자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커졌다. 농민들은 빵과 김밥으로 식사를 하면서까지 본회의장 출입구를 사수했다. 제일 다급한 것은 경찰들이었다. 경기도의회의 경호권요구가 발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병력을 투입할 수도 없는 상태, 그러나 민간인들에 의한 의회 점거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상태에 놓인 경찰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대신해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당시 경기도의회를 담당하고 있는 수원 서부서 정보과 형사들은 총동원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위해 분주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축산농민들의 돌발적 행동을 막기 위해 그들을 붙잡고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예산삭감은 민주당이 주도했지만 농민들과 대화의 채널을 가동한 것은 오히려 경찰이었다.

같은 시각, 민주당 윤화섭 의장은 고민에 빠졌다. 의장 직권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지금처럼 농민들이 단체로 몰려와 면담을 요구하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최우규 예결위원장이 조정하지 못한 일을 자기가 다시 중재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자중지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김주삼 대변인도 예결위의 행태를 욕하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끼리 합의도 보지 못한 채, 동료의원들의 험담을 마구 늘어놓기까지 했다.

오후 3시 도의회 사무국에서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을 시작했다. “곧 의회가 개원하니 장내에 계신 의원 분들은 본회의장으로 오십시오.”라는 방송이 나갔다. 이미 사태를 눈치채고 있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가지 않았지만 사태를 직시하지 못했던 일부 교육위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은 3층 본회의장 출입구에 와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제일먼저 본회의장에 금뺏지를 달고 나타난 인물은 조평호 교육위원이었다. 그는 본회의장 출입구를 막고 있는 농민들에 의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농민들이 왜 이러시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들어가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냐.”며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은 3층 본회의장 앞에 있는 민주당 대표실로 도망가듯 들어가서 나오지 못했다. 이를 본 농민들이 민주당 대표실로 들어가려 하자 민주당 대표실에서는 “여기는 의원들이 회의하는 곳이니 나가달라”며 직원들에게 농민들의 출입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농민들은 거칠게 항의했지만 항의는 항의일 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묘한 대조가 이루어지는 시점이었다. 새누리당이 대표실 문을 열고 농민들의 방문과 의견 개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민주당은 농민들의 대표실 출입을 견고하게 막아서고 축객령을 남발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민주당의 대화거부는 다수당으로서의 오만이라는 결론밖에 나지 않았다.

3시 20분이 되자 정기열 경기도의회 전반기 민주당 대표가 3층에 올라왔다.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이었다. 그는 깜짝 놀랐다. 이미 민주당 지도부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할 일은 아니지만 그도 제8대 민주당 지도부의 한 사람이었기에 농민들에게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협의를 통해서 해결해야지 실력행사로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며 농민들을 설득했지만 농민들은 거꾸로 “지금 본회의가 열리고 망치가 두드려지면 이제 우리는 끝이다. 우리의 요구가 합의되기 전까지 본회의장은 들어갈 수 없다”며 버티었다.

끝내 3시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3시에 열린 것은 민주당과 새누리당 지도부 그리고 농민대표들과의 협의만이 지루하게 이어질 뿐 합의점은 찾을 수 없었다.

이때 새누리당이 획기적인 제안을 했다. 학교급식예산에 있는 한우 관련 부기조항을 삭제하자는 것이다. 이 부기조항을 삭제하면 친환경 예산 내에서 한우의 사용을 임의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유도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농민들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계속거부하며 시간을 끌었다.

이때 가장 속이 타는 사람은 윤화섭 의장과 일부 해외연수가 잡혀있던 의원들이었다. 윤화섭의장 및 일부 의원들은 당일 7시에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미얀마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는 일정이 잡혀있었다. 이미 경기도의회에서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지하주차장에 대기해 놓고 있었으며, 의원들을 수행할 총무국 직원들은 짐까지 다 준비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었다.

농민들의 본회의장 점거가 풀리지 않아 본회의장에 들어가 보지 못한 일부 의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지만 또 다른 일부 의원들은 여행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타기위해 의회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내년 예산 심의도 끝나지 않았는데 꼭 연수를 지금 가야 하느냐”며 질책을 했지만 “연수는 연수다”라는 의원들은 짐을 싸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오후 5시가 지나자 의원정족수마저 모자라 본회의 자체는 무산 되어버리고 말았다. 오랜 진통 끝에 한우에 관련된 일부 부기조항삭제에 합의한 농민들과 양당대표들은 모두 씁쓸한 표정이었다. 민간인에 의한 지방자치 역사상 최초의 의회 점령, 그리고 농민들의 실력행사에 굴복한 민주당과 새누리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소통부재와 독단 그리고 탁상공론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정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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