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몰인간적 태도가 빚은 타살, 노동자에 책임 전가 말라”

시민사회노동단체 회원들이 30일 삼성전자 불산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해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번 재해는 27일 오후 1시30분경에 생산을 중단하고 즉각적인 수리업무를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OO님의 죽음은 삼성전자의 안이한 대처와 노동자 목숨 따위에 사과는 하지 않는 삼성전자의 몰인간적인 태도가 빚은 타살이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 진보정당들은 삼성전자 화성공장(경기 화성시 반월동 소재) 불산누출 사고로 발생한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위와 같이 규정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과 다산인권센터, 수원여성의 전화, 화성환경운동연합, 화성노동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노동단체들과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진보신당연대회의 경기도당은 30일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 정문 진입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 화성공장의 불산누출사고와 처리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서는 지난 27일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28일 가스 누출 수리 작업에 투입됐던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무엇보다도 삼성전자가 불산 누출 사고로 급박한 재해 발생이 우려됐음에도 안이한 대처를 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삼성전자는 27일 오후 1시 30분경 불산액 1차 누출이 있었지만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고 약 10시간이 지난 오후 11시경에 수리를 시작했다”며 “그 시간 동안 비닐로 덮어 놓은 것이 삼성전자가 취한 ‘안전상의 조치’의 전부”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불산 누출이 있고 난 후, 라인 가동을 멈추지 않았고, 불산 누출과 관계없이, 라인 작업자들은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구미 불산가스 참사에서 벌어진 일이 재발 될 수 도 있었던 것이며, 갑작스런 대형 누출에 대한 조치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이들은 위험가스나 화학물질의 배관 교체작업은, 가스 누출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밸브를 잠그고 잔류 물질(가스)를 빼내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삼성전자에게 이런 상식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산업재해 은폐하고 중대재해 발생시킨 삼성전자 처벌하라”, “중대재해 발생 원인 공개하고 재해 경위 투명하게 공개하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삼성전자의 행태를 규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산업재해 은폐에 급급했으나 정부당국은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발생시 사업주에게는 산재 발생보고 의무가 있고 중대재해의 경우에는 지체없이 관할 노동관서에 보고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라면서 “하지만, 삼성전자는 재해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고 지적하며 은폐 가능성을 제기했다.
“재해 발생원인을 규명할 수 있도록, 재해현장을 보존하는 절차 역시도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2차 누출이 있던 28일 05시경부터 정부당국이 조사를 들어간 16시경까지 11시간이라는 시간은 모든 것을 은폐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들은 “삼성전자는 방제복을 착용하지 않아 노동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 했지만 박00씨가 작업 당시 방제복을 입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며 “왜 삼성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주변으로만 떠넘기려 하고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사건 재발 방지와 노동자들의 건강안전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뿐만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원청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최대 이윤을 가져가는 원청인 삼성이, 불산이라는 위험한 가스를 취급 작업은 영세한 업체에게 떠넘기는 하도급 관행은 ‘이익은 원청이 갖고 위험은 하청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불산 누출사고 이후에도 작업을 계속한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안전 대책을 시행하고, 경기도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일말의 의심없는 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시민사회노동단체 회원들은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정문 앞 쪽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삼성전자 측이 사유지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물리력을 동원해 막아 집입로 초입에서 기자회견을 열어야 했다.
정문 앞쪽에서 기자회견을 열려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직원들과 시민사회노동단체 활동가들이 잡고 밀고당기거나 하는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동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