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인 4일 국회에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대국민담화에 나서는 것과 관련,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국민들을 상대로 국정 지연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하는 한편, 야당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정부조직법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면서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10시에 청와대에서 직접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3일 춘추관 기자회견을 통해 전했다.
대통령이 취임 뒤 일주일 만에 대국민담화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약 3개월 뒤인 2008년 5월 22일 당시 이른바 '광우병 파동' 등 쇠고기 협상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담은 담화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이른 시기에 대국민담화에 나선 것은 현 국면이 그만큼 위기라는 판단을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치정국을 야기하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의 핵심 사안인 방송진흥정책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만큼은 관철해야 한다는 의지로 읽힌다.
더욱이 3일 예고했던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이 무산되면서 좀더 적극적인 방식의 설득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민에 대해서는 현재 우려되고 있는 국정 지연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지속되고 있는 야당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반박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석 역시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과 관련해 "국민들께서 걱정하고 계신 국정 차질에 대한 사과와 국정운영의 중요한 기조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소상히 밝히실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오늘 대통령께서 국정현안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자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을 제의했다. 그러나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을 압박했다.
최순홍 미래전략수석도 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 인터넷TV(IP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일반채널사업자(PP), 위성방송 등 비보도방송분야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과거 박정희 정부 때 추진했던 '경부고속도로'로 비유하면서 당위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 수석은 "(좋은 일자리를 창출의) 기본이 되는 창조경제는 점진적 변화도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IPTV는 택배 같은 서비스, 케이블TV는 고속도로, 위성방송은 비행기 스케줄, 그렇게 보면 된다. 앞으로 이들 세 분야가 같이 있어야지 새로운 결정을 내릴 때 좋은 결정을 하고 빨리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국면 전환을 위한 돌파구가 될지 여부는 담화내용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누차 박 대통령의 '변함 없는 의지'가 확인된 상황에서, 별도의 극적인 내용없이 단지 야당의 협조를 요구하는 내용만으로는 현재의 대치정국을 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부터 급박하게 진행됐던 청와대의 분위기에도 여야 협상에 별다른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도 이를 반영한다. 청와대는 유민봉 국정기획수석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등이 일요일인 이날 오전 9시로 예고한 긴급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후에도 두 차례나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다급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은 여야 협상 전에 청와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기 위해 연 긴급기자회견은 압박용임을 강조하면서 청와대 회동도 전면 거부했다.
박 대통령이 4일 있을 대국민담화에서 전격적으로 국면을 바꿀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을 지 여부도 취임 초기 국정 운영능력을 평가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 국회 = 강동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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