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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행정, 누가 악어이고 악어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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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3.0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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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행정, 누가 악어이고 악어새인가?”

이강석 수도권교통본부장 언론인+공무원=행정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해

공직자=언론보도 내용에 대해 겁을 먹지 말아야

언론인=공무원 입맛보다 도민 눈높이 맞는 보도

30대 초반부터 경기도청 공보홍보를 맡아 긴 세월을 지내온 이강석 현 수도권교통본부장. 그는 홍보맨 당시를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하고 있다. 지난 시간이 추억으로 남는 경우는 바로 ‘고통’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신발이 닳도록 도청 곳곳을 누비며 자료를 취합하던 시절, 무척 힘들었기에 그때를 보람찬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 본부장이 행안부 지방행정연수원에서 ‘고위정책과정’ 장기교육을 받으려 꼼꼼히 정리해 발간한 논문은 경기도 홍보맨으로 살아온 그가 후배에게 주는 작은 선물임이다.


-홍보 관련 논문을 내게 된 배경은?
▲지난해에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연수원에서 ‘고위정책과정’ 장기교육을 받았다. 이때 제출한 과제물이다. 공직 후배들이 늘 홍보분야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공직자로서 참고 될 만한 분야를 중점적으로 서술했고 ‘지자체 홍보환경과 전략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을 붙였다.

-긴 세월 공보직을 맡아왔다. 기억에 남는 일은?
▲공보분야에 근무할 때 가장 신바람이 났다. 30대 초반에 도청 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자료를 얻고 보도자료를 작성해 기자실에 배포했다. 다음날 신문과 방송에 기사와 보도가 나오면 즐거웠고 보람찼다. 인터넷이 없던 1988년 전후에는 자료를 챙기러 각과를 방문해야 했다. 초안 작성된 보도자료를 출력, 해당과 담당부서에 검토를 받았기에 하루도 몇 번씩 도청사를 오갔다. ‘운동화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농담을 들을 정도였다. 언론계장으로 여러 해 동안 근무했는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특색 있는 공보관을 만났다. 기업, 방송, 정치인 출신의 8분 공보관을 보좌했다. 파격도 배우고 자물통도 익혔다. 지금도 많은 애환과 보람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

-지자체와 홍보의 관계를 정의한다면?
▲‘샴쌍둥이’또는 ‘악어와 악어새’다. 늘 함께하는 샴쌍둥이는 때로는 불편하지만 좋은 일 굳은 일을 함께한다. 외국 어느 남매 샴쌍둥이가 전공이 달라서 서로 교대해 강의실에 들어간다는 기사를 봤다. 상대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악어새는 악어 이빨 사이에서 먹이를 얻다. 반면 악어는 이빨을 청결하게 관리한다. 외형상 악어새만 얻어가는 것 같지만 어찌 보면 악어가 더 큰 혜택을 보는지도 모를 일이다. 언론과 행정, 누가 악어이고 악어새인지는 나 역시 혼동이다.
즉, 지자체와 홍보는 늘 함께하는 것이고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언론이 일방적으로 행정을 지적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언론을 통해 지자체가 얻는 긍정적 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렵다고 본다. 실제로 언론이 없다면 1천만 도민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어렵고 전화로 일일이 알리려 한다면 공무원 수를 배로 늘려도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행정은 언론의 신세를 지고 있다고 말 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 ‘뭔 소리냐?’ 하신 분들(공무원 포함)은 시간 날 때 행정과 언론, 그 관련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주기 바란다.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전화주길 바란다.

-경기도의 홍보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했다. 그 이유는?
▲금의야행(錦衣夜行)이라는 말이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청 공무원, 시군 공무원들이 이룩한 성과가 산처럼 높고 강물처럼 많은데 도민들에게 다 전달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요즘 수도권교통본부로 출근하면서 매일 서울시청 광장을 본다. 요즘 공사 중인 서울광장은 아마도 3월이 되면 파란 잔디광장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신문과 방송은 매년 그랬듯이 ‘서울광장의 잔디’를 보도할 것이다. 경기도청에도 서울광장 크기의 잔디밭이 있다. 서울광장보다 먼저 봄을 맞이하는 이곳을 어느 언론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처럼 경기도가 이룬 성과를 좀 더 많이 도민과 국민께 알려드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얘기다.

▲2000년 경기도청 4층 사무실에 "주간경기"방을 새로 꾸민날 고사를 지내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호(현, 의회사무처장), 이춘욱 공보관(당시), 이강석(본인), 윤정식 동료(돼지머리에 돈 꼽는 이), 차우신 주간(현 화성시청 근무), 홍승표 언론담당(현, 용인시청 부시장)

-경기도가 효율적 홍보를 위한 공무원 자세는?
▲모든 공무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일한 성과를 알리는 ‘홍보맨’이 돼야 한다. 공무원들이 언론사별 기능을 잘 이해해야 한다. 방송, 신문, 인터넷신문과 인터넷 방송의 기능과 역할을 이해하고 각각의 기능에 맞는 ‘맞춤형 홍보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방송에는 화면이 필요하고 신문에는 사진이 필요하다는 기본지식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자는 공무원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기보다 독자와 시청자, 네티즌의 눈높이에서 취재해 보도해야 한다. 이 시대 공무원들은 공무원적 ‘6하 원칙’이 아니라 기자들이 원하는 ‘날렵한 제목’과 ‘비판의 가치’가 있는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때로는 비판받을 부분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이럴 땐 맷집이 제법 있는 분야를 잘 선택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언론보도 내용에 대해 겁을 먹지 말아야 한다. 언론인을 행정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 언론사 데스크에서는 공직사회 課 단위 회의보다 더 치열한 토론이 자주 있다고 한다. 보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특히, 언론인에게 보도의 방향까지 맞추어 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그리고 홍보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방송의 장점, 신문의 강점, 인터넷의 유리함 등에 대해 토론하고 각각의 행정업무에 대해 어느 매체에 집중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타깃을 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고등학생, 학생, 주부, 소상공인, 노인 등 다양한 계층별 수요를 겨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공무원들이 홍보에 있어서는 ‘보험설계사’나 ‘자동차외판원’이 되어서 수요자 이상으로 현실세계를 관통하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신문에서 날짜가 지나서라도 공무원 인사발령 기사는 꼭 게재하는 이유는 그만큼 공무원들이 인사에 관심이 많고 인사발령 기사가 독자를 모으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무원들이 궁금해 하는 인사발령과도 같은 기사내용을 만들고 발굴해서 언론을 통해 알려야 한다. 주민들이 원하시는 기사는 행정이 잘했다고 자평하는 기사가 아니라 언제 이곳으로 길이 나고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비가 언제 어떻게 얼마가 지원되는가일 것이다. 중앙지 수도권 판에 전철역 공사현장, 공원 내 산책길 조성들에 대해 약도까지 친절하게 보도하는 것이야 말로 ‘팬서비스’다. 이제 공무원들도 도민을 위한 행정을 추진하면서 ‘팬서비스’라는 용어를 늘 책상 앞에 붉은 글씨로 붙여둬야 한다.

-공보와 홍보의 차이점을 정리한다면?
▲공보와 홍보는 같은 분야다. 저는 개인적으로 행정기관이 직접 행하면 공보이고 언론을 통해 알리면 홍보라고 정의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둘 다 행정을 알리고 도민의 공감을 유도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행정작용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행정조직을 보면 아직도 공보관이라 하고 공보담당이 앞에 있다. 앞서가는 기관들은 ‘대변인’이라는 직제를 통해 공보와 홍보를 융합하고 있다. 그리고 대변인들은 대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용 가능한 모든 기능을 모아서 홍보하고 있다.

▲쌍둥이육아일기는 경기도최고기록인증을 받았다.

-공보 홍보부서에 근무하는 후배에게 한마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언론인이 원하는 바를 이해해야 한다. 출입기자의 입장과 데스크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회사의 생각이 출입기자의 마음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취재를 하면 적극 지원해야 한다. 관련부서를 불러서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김 기자! 그 업무는 oo국 oo과에 가면 알 수 있습니다”라고 응대하면 과락이다. 해당부서 과장이 자료를 가지고 해당기자에게 와서 설명하도록 대변인실에서 안내해야 한다. 피하지 말고 정책적으로 설명하고 그 배경과 사안의 전중후를 스크린해서 기자가 전체를 이해하고 기사를 쓰도록 해야 한다. 데스크에게 지자체의 입장을 대변할 정도로 알려야 한다. 어쩌면 도청 출입기자는 제2의 도청 대변인이고 시군청 주재기자는 시군청 공보2실장인 것이다.기자에게 충분히 설명했지만 원하는 것보다 세게 기사가 나왔다면 내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일단 기사가 난 다음날 해당기자에게 어필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기자는 독자를 대신하고 회사를 대표해서 취재하고 보도한다. 공무원들은 기관을 대표해서 설명하고 자료를 제공한다. 행정기관의 과정전결이 기관장명의로 공문 시행되는 것처럼, ‘김기자’의 기사는 회사명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됨을 명시해야 한다.

□ 이강석은?
1958. 12. 15일 화성시 비봉면 출생/ 비봉중, 수성고, 방송대, 경기대행정대학원(석사)/ 1977년 고졸사원으로 공무원 시작, 비봉면과 팔탄면 근무후 경기도청에서 근무/ 현재 경기도청소속으로 수도권교통본부장으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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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맨 이강석은 ‘기록의 사나이’

“기록은 쓰고 찍고 정리하는 부지런한 작업”

수도권교통본부 이강석 본부장은 기록의 사나이다. 지난 해 동두천 부시장을 떠난 후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연수원 제9기 고위정책과정을 수료하면서도 기록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지자체 홍보환경과 전략에 관한 연구'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지방정부 공보홍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30대 초반부터 시작한 업무가 언론과 상대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1988년 즈음 이강석. 당시나이 30세, 공무원 7급

1988년 즈음 이강석. 당시나이 30세, 공무원 7급인 그는 보도자료를 써서 복사해 기자실에 배부하는 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
당시 그의 보람은 다음날 인쇄되어 나오는 신문을 보는 것. 참으로 신기했다고 회고 한다.
“흘려 쓴 글씨가 신문에 정제된 글씨로 나오면 그 신뢰감이 더더욱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왜 흔히들 그러잖아요? 이거 맞는 말이야! 신문에 나왔어!!!!!”
하지만 이강석이 진정한 기록의 사나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내와 쌍둥이 남매때문이었다.
“쌍둥이를 키우니 보니 기록을 안 할 수 없었어요. 예방주사 맞히는 일 등 다양한 것들이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엄청난 양이 됐습니다. 기록에 대한 습관도 들었구요”
부인과 함께 정리한 쌍둥이육아일기는 총55권에 달해 경기도최고기록 인증을 받기도 했다.
쌍둥이육아일기 201년 조선일보에 보도되기도 했다.

▲쌍둥이육아일기55권중 일부.

이 본부장은 홈페이지에 당시를 이렇게 기록했다.
“여러 곳에서 전화가 옵니다. 신문보도는 전국의 모든 분들이 보실 수 있는 것이니 그 전파력이 참으로 높다 하겠습니다. 일단 많은 분들의 전화와 메시지를 받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할 것이며, 앞으로도 육아일기가 잘 관리되고 더더욱 많이 쓰여 지도록 해야 할 의무감을 갖습니다.
“지난번 어떤 독자는 수원권에 산다면서 자신이 출산육아관련 일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이 글을 보고 힘을 얻었다고 하셨습니다. 주변에 친지들의 전화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강석 본부장은 요즘도 수많은 글과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며 여전히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의 생각과 추억을 볼 수 있는 곳은 http://cafe.daum.net/dlrkdtjrekdma이다.
개인적인 기록으로는 1974년에 받은 엽서도 보관하고 있다. 5원짜리 우표가 아예 인쇄된 엽서로 1970년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보내주신 것으로 중학교 합격을 알리는 엽서다.
또 ‘일백배일지’도 꼼꼼하게 챙기며 결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기록을 통해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군 입대 한 아들의 소지품이 든 박스를 보관하는가하면 자신의 학창시절 그리고 부부여행, 업무현장, 가족사진 요리강습 모습까지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다.
“아이들 때문에 시작된 기록의 습관은 아내는 물론 자녀들까지도 이어져 가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모든 일들을 기록해 두면 나중에 쓰임새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딘가 여행을 하는 것은 내 돈이든 나라 돈이든 항상 큰 돈이 들어가는데 그냥 다녀오는 것만으로는 허전하고 아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글로 정리해 보는 것입니다.”
이 본부장은 오늘도 자신과 주변을 정리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부지런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양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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