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0 10:36 (월)
대선을 앞두고 중앙선관위의 친절(?)에 놀란 어느 편집국장
대선을 앞두고 중앙선관위의 친절(?)에 놀란 어느 편집국장
  • 관리자
  • 승인 2012.12.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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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중앙선관위의 친절(?)에 놀란 어느 편집국장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우편물을 하나 받았다. 오렌지색 책자로 만들어진 ‘공정선거보도’ 안내서였다. 40p가 넘는 이 책자에는 부록으로 공정선거법이 규칙 불공정보도에 대한 조치기준 등을 담고 있었다.

꼼꼼하게 봐야겠지만 슬쩍 훑어본 결과 입이 쩍 벌어졌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 보도했다가는 바로 불공정 보도로 조치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 미리 조심하라는 취지에서 이 같은 자료를 보냈구나 생각하며 친절한(?) 선관위를 향해 야릇한 미소로 답했다.

우편물을 받았을 때쯤 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미국 대선이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요 신문사들의 지지 표명이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언론이 특정후보를 지지해? 우리나라와는 정말 다르네” 미국 언론은 특정후보 지지선언 정도가 아니라 매체마다 사설을 통해 지지 배경과 이유를 조목조목 표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大 대선 프로젝트팀은 이를 분석까지 했다. 분석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간지가 17곳으로, 15곳인 롬니 후보에 앞섰다. 발행부수 기준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409만 부, 롬니 후보는 334만 부로 집계됐다며 매체 발행부수까지 공표했다.

이 대목에서 잠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신력 있는 발행부수가 뒷받침된 분석이란 생각이 든다. 아직도 정착되지 못한 국내발행부수, 기본부터 속이는 언론이 반성할 대목이다.

프로젝트팀은 이번 미국대선의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일간지 중 롬니 후보를 지지하는 곳이 7곳으로, 5곳인 오바마 대통령에 앞섰다고 확인했다. 또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주의 양대 신문 탬파베이타임스와 올랜도센티널은 각각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선언 한 17개 신문 중 16개는 2008년 대선 때부터 일관되게 오바마 지지를 표명한 매체이며, 늘어난 한 언론사는 존 매케인 당시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으나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 지지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반면 롬니 후보를 지지하는 15개 일간지 중 4개는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이번에 전향했다는 것.

프로젝트팀은 지지언론 분석 외 언론자본을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 사회가 오바마 대통령의 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며 향후 언론사의 변화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밖에 미국의 전국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에게 4년 더’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가 미국을 ‘더 건전한 재정 기반’으로 이끌 적임자라며 재선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WP와 뉴욕타임스 등 주류 언론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해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것이 미국이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어떠한가? 보수와 진보언론이 분명 구분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립논조를 펴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이란 것을 누구나 다 안다. 하루가 멀다하고 여론조사를 쏟아낸다. 신문마다 방송마다 차이가 있다. 지지후보에게 유리한 설문인 경우가 허다하다. 국민은 그 결과에 서서히 움직이고 결국 선택한다.

미국언론은 특정후보를 지지하며 그 후보의 정책 등 많은 정보를 유권자에게 준다. 반면 국내언론은 비지지후보의 약점보도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국내언론이 네거티브에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유력주자 위주의 보도는 형평성을 저해한다. 물론 뉴스메이커 비중에 따르는 것이겠지만 큰 격차는 선거의 흥미마저 떨어트린다.

국내언론이라 함은 중앙지와 메이저급 언론만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지와 수천 개의 인터넷 매체까지 다양하다. 언론홍수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모두 선관위의 바람대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곳곳에서 특정후보를 암암리 지원하고 있다.

이럴 바에는 언론 역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후보들도 정책으로 국민의 선택받아야 하듯 언론도 논조로 독자에게 선택받아야 한다고 본다. 언론사의 크고 작음이 기사공신력의 판단기준이 돼서는 안된다.

어느 매체나 논조는 있는 것이고 소신이 중요하다. 자칭 언론매체라면 그 소신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그때 독자들이 찾아주고 믿어준다. 그리고 밀어준다. 덩치 큰 언론들이 솔선수범해주길 기대한다.

양미라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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