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분도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도올 선생.
고려대학 시절 생물학 전공을 철학으로 바꾸고 또 다시 한의학을 공부하는 등 다양한 변신을 해온 도올 김용옥 선생. 그는 공부를 많이 한 만큼 직업도 다양하다. 철학가, 교수에 신문기자 시나리오작가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게다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는 자유롭게 구사하고, 독일어 희랍어는 책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 지 그의 강의는 박식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힘찬 행진을 한다. 그만큼 많은 정보를 뇌 속에 넣고 있다는 얘기다. 선생의 어학실력이 지식을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생의 강연을 듣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저 머리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이 의문에 도올 선생은 즉답한다.
“난 머리가 좋고 그런 사람이 아냐. 다만 끊임없이 공부하지”
인간 김용옥의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은 바로 노력. 그것도 끊임없이 공부한다할 정도의 노력. 그것이었다.
“단 1초도 헛되게 보내지 않는다. 쉬지 않고 책을 봐”
그렇다 도올 선생은 한국 출판계에서 유명하다. 책을 많이 집필하고, 많이 팔아서 유명한 것 말고 또 유명한 것이 있다. 출판관계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절판된 책을 구해달라고 떼쓰는데 유명하다는 것.
출판사 사장들에게 절판된 책을 구해달라고 계속 전화한다. 창고에 있는 것 뒤져서라도, 보관본이라도 달라고 조른다. 한 두 권 꿍쳐둔 책을 얻기 위해서다.
도올의 책들. 집필실에는 이것보다 많은 책들이 있다.
좋은 책일수록 돈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절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올 선생은 이렇게 그 책을 결국 차지하고야 만다.
“난 꼭 그 책을 봐야 하기에 출판사 사장에게 매 달린다. 볼 것을 안보면 잠을 못 자”
도올 선생이 이처럼 책을 절실하게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올 선생은 ‘학문이란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특히 인간됨의 최대한 행복은 배움이라고 말한다.
도올 선생 집필실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책들이 배달돼 온다. 어렵게 구한 책들을 비롯해, 아마존을 통해 구입한 외국서적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다.
독서광답게 그의 강의는 반복 중복되는 것이 없다. 그때그때마다 풀어가는 방법이 다르고 사례가 다양하다.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다.
도올 선생의 하루는 행복이다 왜? 오늘도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배움의 즐거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도올 선생은 ‘배움은 인간됨의 보람과 가치’라며 오늘도 집필실에서 즐거운 행진을 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새로운 것을 배운다”
한신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episode 1
도올 선생이 최근 국립극단에서 4회에 걸쳐 연극과 철학에 관해서 강연했다. 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그는 항상 5분 늦게 강연장에 나타난다. 그래서 친구인 손진책 단장은 불만이다. 관객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그의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도올 선생의 생각은 다르다.
“5분 지각은 선비의 예의다. 더 중요한 것은 5분 동안 집중해 공부한다. 끝까지 가면서 총괄 정리한다. 강단에 오르기까지 1초도 허비하지 않는다. 고의적으로 늦게 오는 것 아니다. 그 5분의 가치를 대중에게 반드시 선물한다”
episode 2
외국어에 대해 트라우마에 걸린 사람이 많다. 특히 영어는 한국교육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런데 도올 선생의 이 한마디만 들으면 머리가 ‘띵’해진다. 어쩌면 가벼워지는 느낌도 든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4개 국어 정도는 해야지”
그는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영어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할 정도로 하는 것이 필수라고 한다. 4개 국어를 똑 같은 수준으로 해야 한다, 4개 국어 정도를 구사하지 못하면 공부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다만 러시아 독일 스페인 불어는 취미정도 실력으로 첨가해도 된다는 것.
도올 선생이 당부하는 또 한 가지 “외국어 잘 하는 사람...한국말 잘해야 한다”
episode 3
도올 김용옥 선생의 자녀교육은 어떨까? 궁금하다. 그런데 개인적 질문은 싫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몇 마디 던져줬다.
도올 선생의 두 딸은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했다. 많은 책을 읽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공부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됐다고 한다.
도올의 막내는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사진작가이자 삽화전문가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최근 ‘미국 한인 명문대생, 한데 모여 뿌리를 논하다’ 콘퍼런스에서 성공한 한인멘토로 학생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큰 딸은 최근 도올 선생에게 기쁨을 줬다.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어려운 관문을 뚫고 캐나다 토론토대학에 몸담게 됐기 때문이다.
큰 딸은 아버지 도올 못지않은 큰 변신을 했다. 서울대천문학과를 나와 프린스턴대학 천체물리학 우주론으로 박사학위, 존스홉킨스대학 등에서 수학했다. 그런데 콜롬비아대학에서 희랍고미술을 전공하고 이번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토론토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도올 선생이 전하고 싶은 것은 자식자랑이 아니다. 우리나라 인재들이 난관을 뚫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하고 싶었던 게다. 도올은 석굴암에 대해 희랍 고미술가들이 논문쓰길 바라고 있다.
양미라 기자